그때 그일

팔월 초하루 : 지금 여기의 실천

mamuli0 2020. 8. 1. 14:45

뜨거운 팔월에 들어섰다. 장마는 이어지고 공사도 계속 된다. 아침에 둘째가 바다에 가서 고동과 게를 잡아왔다.

 

지금 여기의 실천

 

‘이긋’인 나에게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다석은 예긋(지금 여기의 긋)에서 ‘디긋 디긋(땅에 발을 든든히 딛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1956.11.12.)

 

그러나 다석은 현실에서의 겸허한 자세를 요구한다. 인간은 영원에 잇닿은 존재이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이며, 형이상도 형이하도 아닌 중간 존재이다.

 

그러한 존재로서 인간이 직접 형이상의 꼭대기만을 알려고 하거나 태초와 종말을 알려고 하면 위험하다. 형이상과 형이하의 “가운데 있는 자기를 찾아들어가 가온 찍기를 성실히 해 가야 한다.

 

인간은 ”머리에 무엇을 이고 걸어가야 하는“ 존재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는 존재이고 ”한량없는 과거를 우리의 머리에 인“ 존재이다. 처음과 끝, 맨 꼭대기를 다 알려고 하지 말고 이제 여기의 이 끝에서 가온 찍기를 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인생의 점수, 끝수를 따내야 한다.

 

 


가온 찍기는 내가 살고 있는 이제의 한 순간 속에서, 이제 숨 쉬는 생명의 숨줄 끝에서 ‘영원한 시간에 중심’에 이르는 것이다. 이 영원한 시간의 중심에서 태초와 종말이 만난다. 가온 찍기는 “태초의 맨 첫 긋과 종말의 맨 마지막 긋이 한 통이 되어 영원한 생명이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중심, 지금 여기의 한 가운데, 우주 생명의 중심, 하늘(하느님), 마음의 중심을 찍어 바른 삶을 사는 게 인생의 목적이다.

 

 

“하늘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여 고디 고디 가온 찍기가 인생의 핵심이다.” 내 삶의 중심도 우주 자연 생명의 중심도 내 마음 속에서 잡을 수 있다.

 

‘이제’, ‘여기’에서 사는 ‘나’의 참 모습은 한 점이나 이 점을 찍어 ‘참 나’의 ‘참 삶’에 이르자는 것이다. 가온 찍기는 나와 세상을 점찍어 버리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끝끝내 ‘내 속알’을 나타내고 표현하고 “‘내’가 ‘나’를 만나보는”데 까지 가야 한다.

 

“머리를 하늘에 두고 땅을 곧곧하게 딛고 반드시 서야 우리는 산 다” “딱딱한 땅을 딛고” “자기의 생각을 펴 보는 실천”에 이르러야 한다.

 

가온 찍기를 하고 세상에서 생명을 실현하고 완성하는 실천을 하려면 과거에서 벗어나 현실의 땅에 굳게 서야 한다. 다석에 따르면 인생이 무력한 이유는 과거사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현재사를 비판하지 않고 장래사에 신념이 없는 탓이다.

 

 

“과거는 과장하지 말라. 지나간 일은 허물이다. 나도 조상보다 낫다. 순(舜)은 누구요 나는 누구냐? ····죽은 이들은 가만 묻어 두어라. 족보를 들추고 과거를 들추는 것은 무력한 증거다. ····

 

 

”중국에서 특히 유교 전통에서 이상적인 임금으로 여기는 순 임금보다 내가 낫다면서 “죽은 이들을 가만 묻어 두어라.”고 선언한 것은 신분과 족보를 내세운 양반 문화에 대한 통열한 비판이다.

 

지금 여기 나의 삶은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그러나 현재의 삶은 과거에 매여 있고 세상의 질서에 붙잡혀 있다. 그러므로 “현재를 비판하라. ····학문을 통해서 현재를 비판하지 않으면 현재는 죽어버린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는 관을 가져라. 인생관, 세계관, 관념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세밀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관념이 없으면 미래가 죽는다. 과거에 겸손하고 현재에 비판적이고 미래에 계획적이어야 한다.” 지금 여기의 삶의 중심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의 삶의 ‘가운데’를 찍고 하늘로 솟아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가는 ‘가온 찍기’가 다석의 삶과 사상의 핵심을 이룬다.
<다석 유영모> p141-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