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시

[스크랩] 죽을 날

mamuli0 2009. 12. 19. 16:39

1955.8.31 수요, 239일전

 

주글 날을 바더 노앗다지?

수근거림이 된다 한다.

내 속 소리 ‘누구는 그날을 안바더 둿슬가?’

 

현대어로 고쳐 씀

죽을 날을 받아 놓았다지?

수근거림이 된다 한다.

내 속 소리가 “누구는 그 날을 안 받아 두었을까?”

 

(해설)

다석은 1955년 4월 26일에 1년 후에 자신이 죽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1956년 4월 26일을 기점으로 하루 하루를 감하면서 날자를 계산하고 매일 한 생각씩 글을 썼다. 다석은 왜 자신의 죽음일을 선포하였을까? 다석은 옛 것은 사라지고 새 것이 오는 정신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산다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맘이 사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한 것이다. 1955년 8월 31일은 죽는 날 239일전이다. 죽는 날을 예언하고 하루하루 날자를 계산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다석은 “누구는 그 날을 받아두지 않았을까?”하며 조용히 웃으며 마음 속으로 자문자답한다.

 

다석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죽음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자기, 참 자아의 탄생을 위한 죽음을 말하였다. 다석은 깊은 의미의 거듭남을 위한 죽음, 중생을 위한 죽음을 말하였으나 일반 사람들은 몸의 죽음으로 받아들었다. 다석에 있어서 하루하루는 죽음의 연습이었고, 새로움의 시작이었다(日新又日新). 매일 새로 사는 정신적인 삶을 위해 그리고 영적으로 거듭난 삶을 위해 죽음의 연습을 하였던 것이다. 죽음의 연습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얼’이라는 알을 매일 하나씩 다석일지에 낳은 것이다.

 

“종교의 핵심은 죽음이다. 죽는 연습이 철학이요, 죽음을 없이 하자는 것이 종교다. 죽음의 연습은 생명을 기르기 위해서다. 단식, 단색이 죽음의 연습이다.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고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다. 산다는 것은 육체를 먹고 정신이 산다는 것이다. 진리는 아무 것도 바라는 마음이 없이 언제나 주인을 섬기는 종의 마음을 가질 때 이루어진다. 정말 진리를 찾으려면 생명을 내걸고 실천해 보아야 한다. 생명의 핵심은 식색에 있다. 식색의 절제함을 모르면 용기도, 지혜도, 정의도 있을 수 없다”(다석 류영모의 생각과 믿음, 46-7쪽).

출처 : 동양적 사고로 신학하기
글쓴이 : 그러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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