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일

은경이 다녀가다 : 무등산

mamuli0 2022. 8. 19. 10:03

 어릴때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은경이가 막내를 데리고 성묘철은 아니나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갔다. 뜨거은 햇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리워 휴가를 내어 진도를 찾았다.

 

무등산

맨발의성자p206~210

 

수녀들이 부르던 노래

1.무등산 골짜기에 오막살이집 가난과 행복어린 복음의 집에

고사리에 취나물에 영혼 살찌니 고대광실 진수성찬 부러워하리

2. 마음에 슬픔안고 찾아온 삶터 이내 마음 병든 병고 뭉쳐 가지고

한발자국 두발자국 십자가 지고 그리웁던 내고향을 찾아가리라

3. 절개절개 푸른 절개 마음에 새겨 한발 두발 님을 따라 나서는 길에

무서운 일곱 마귀 시험을 해도 칠전팔기 용기 얻어 가야만 하오

4. 정결 안고 슬피 울던 도성을 떠나 푸른 청심 곧은 절개 목적을 삼고

한떨기 피어나는 백합화 같이 붉은 피로 거름 받아 피어나리라

5. 이골짝 저골짝 도라지 꽃이 철따라 움막에서 자라난다오

한송이 두송이 피어날 때에 꽃을 따는 주님께서 찾아오리라

6. 바람재 삼밭실 어깨를 싸고 소망실 은혜실 찾아를 가면

원재살 꼬막재가 형제를 맺고 기도실 모든 행복 빌어주시오

 

 

이현필 선생의 제자 김준호씨가 무등원 관계로 무등산에 자주 오르내리던 시절에 그곳에 있는 <물통집>이라 불리우는 집이 있었는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처녀가 있는데 나이는 30가까이 됐다. 그 처녀는 그 집에 있으면서 나무도 해서 팔아오고 그집 일을 잘 보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밤에 잠만은 방에서 자지 않고 꼭꼭 부엌에서만 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처녀는 예수를 맏는 처녀라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김준호 선생은 그 처녀의 정체에 대하여 궁금했다. 한번 난나봤으면 했으나 자기는 수도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혼자 갈수도 없고 궁리하던 끝에 어느날 수녀 김춘일양을 데리고 둘이서 그 처녀를 찾아가 만났다. 알고보니 그 처녀는 완도 여자로써 본래 동광원 초기에 원에 들어와 얼마동안 있던 처녀였다(그녀의 이름은 남예양이었다). 고향집에 있을 때 예수를 믿으면서 자기는 시집을 안가고 성경학교에 간다고 고집하여 집을 떠나 성경학교에 가서 입학시험까지도 쳤으나 등록금이 없어서 입학은 못하고 말았다.

 

 

이 사회는 돈이 없으면 성경학교 공부도 할 수 없는 세상이로구나 깨달은 그녀는 그 후부터 돈을 벌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래서 식모살이로 나서서 이집 저집에서 품팔아 푼푼이 모은 돈을 가방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해 왔는데 어느날 돈가방을 열어 보았더니 어느 도둑이 그 고생하여 모은 돈을 몽땅 털어가고 없었다.

남예양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 완도에 돌아가 얼마 동안 있어보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처녀가 시집도 안가고 집에 있으려니 오빠의 구박이 심해서 오래 있을수도 없었다. 다시 광주로 나와 동광원으로 찾아갔다. 동광원 대문 앞까지 왔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 한참 들어갈까 말까 머뭇거리다가는 종내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나 같은 것은 산에나 가서 나무나 해서 팔아 먹으며 세상을 지낼 수밖에 없다’고 발길을 돌려 무등산 깊숙이 찾아 들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산중에서 방황하다가 어떤 부인을 만났다. ‘이 무인 산중에 눈속을 젊은 여자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 부인은 놀라면서 물어봤다. 추위에 떨며 또박또박 고백하는 남예양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부인은 자기집으로 인도했다. 이 부인은 이 산의 여관집 주인이었는데 자기 집에 와서 식모살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 집은 단칸방이고 식구들 중에는 남자도 있었기 때문에 남예양은 방에서 끼어 자지 않고 밤마다 부엌 구석에서 자면서 그집 일을 거들어 주며 틈틈이 뒷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다 팔아 푼푼이 돈을 모았다.

 

 

얼마 후에는 자기가 손수 근처에다 움막집 한 채를 짓고 독립해 살았다. 처녀가 혼자 사는 것을 보고 남자들의 유혹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그때 잘 참고 이겨나갔는데 어느날 밤에는 어떤 남자가 강제로 그의 잠자는 방에 침입해 들어오려 했다. 남예양은 떨지 않고 방에서 소리질렀다. ‘들어 오겠으면 들어와 봐! 여기 도끼가 있으니!’ 사실 그는 밤마다 머리맡에는 도끼를 놓고 잤다. 정조를 지키려고.... 문 밖에서 머무적거리던 도둑은 이 여자의 당돌한 기세에 어쩌지 못하고 물러가고 말았다. 독립심이 강한 남예양은 남의 신세를 절대 안지려했다. 동광원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동광원에서 혹시 무엇을 구제해 주어도 자기는 제 손으로 넉넉히 살아갈수 있다고 받기를 거젏ㅆ다. 남예양은 말하자면 독수도자(獨修道者)다. 자기 혼자서 수도하는 수녀다.

 

 

그 후에 그녀는 무등산을 떠나 전남 화순군 문바위 근처 깊은 산중에 혼자 들어갔다. 주위 사방 수십리에 인가라곤 한 채도 없는 곳이다. 하루 종일 들리는 것이라곤 솔바람 소리 물소리뿐! 사람의 그림자를 볼수 없는 곳이다. 거기 들어가 우거진 채소밭과 칡넝쿨 속에 손수 한 채의 외로운 산막을 지었다. 그리고 거기서 혼자 독수도를 했다. 집 근처에 땅을 파고 얼마의 채소를 심으며 도토리를 주우며 살아갔다. 젊은 처녀로서의 취미라 하면 참 괴상한 취미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도 결코 안전한 낙원은 아니다. 어떤 때는 등산하러 와서 지나가던 고교생 세사람이 인가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와 점심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예양이 부엌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불량한 학생들은 장난기가 나서 남예양을 슬슬 건드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하면서 수작을 부렸다. 깊은 산중에 여자 하나에 남자 셋, 이런 때는 순한 비들기도 뱀같은 지혜를 내야 한다. 온순한 양도 발악을 해야 한다. 아무리 성자인들 이런 경우에는 어찌할 도리가 있을까? 부엌에서 점심을 짓던 남예양은 손을 자기 옷가슴에 넣더니 시퍼런 식칼을 번쩍 뽑아 스스로 자기 가슴을 겨누었다. 만일의 경우에 자결이라도 하자는 듯이, 깨끗한 정조 하나 위해서 이 산중에 혼자 사는 것이다. 정조를 지키려는 여자의 결의는 칼보다 더 새파랗게 서리차 있다. 세 학생들은 혼비백산 해서 다시 두말 못하고 도망쳐 버렸다.

 

 

정절가(수녀들의 노래)

1.황야에 핀 국화송이 네 정절이 향기롭다

꽃이 다진 가을 날에 너 홀로만 피었구나

임께 바칠 굳은 절개 나도 함께 피오리다

2.철이 없는 이 내맘에 임의 은덕 저버리고

천추만대 쩔인 정욕 숨은 미련 공상할 때

수유찰라 빠른 세월 귀한 생명 잘라낸다.

3.청절고수 저 소나무 눈밑에서 더 푸르다

임께 바칠 일편단심 내 정절도 너를 닮아

정욕의 길 벌판에서 나도 함께 푸르리라.

4.어서가자 이 내맘아 만유들이 기다린다

무사무욕 아이같이 임의 마음 본을 받아

철석같은 성실한 맘 나도 함께 따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