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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의 서예가ㅡ소개

mamuli0 2007. 12. 8. 05:00
문맹의 서예가
   문맹(文盲)의 서예가. 그러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문맹이 어떻게 서예가가 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분명히 문맹이면서 서예가인 사람이 있다.

바로 장광대(80 사진)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할머니는 문맹의 서예가일 뿐만 아니라 화가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광대 할머니는 문맹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한글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서울시 양천구 양천노인종합복지관 <국어생활>반에서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한글을 배우고 있다. 말 그대로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할머니는 자기의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완전한 문맹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한글을 약간 깨우쳤다고는 하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자기가 쓴 작품들을 읽지도 못하고 뜻도 모른다. 따라서 할머니를 문맹의 서예가라 해서 조금도 과장되거나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할머니는 양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5년째인 2004년, 한전(韓電) 주최 전국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함으로써 당당하게 서예가로 등장했다. 당시 심사위들은 할머니의 정교하면서도 힘찬 필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서예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뒤늦게나마 타고난 재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 그림연습을 해보았을 뿐인데도 1999년 4월, 복지관 개관 1주년기념 사생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여러 사생대회에 참가하여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미술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할머니의 손때 묻은 스케치 북 속에는 사진을 찍은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이 가득차 있다.

할머니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열여섯 살이 되어 정신대에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서둘러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한 뒤에는 8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또 평생을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할머니는 시집가는 날 이외에는 지금껏 화장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전으로부터 서예 대상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두 번째로 화장을 해보았노라고 말하면서 할머니는 쓸쓸하게 웃는다. 평생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살아온 것이 습관이 되어 할머니는 지금도 얼굴에 무엇을 바르지 못한다고 했다.  


 할머니를 면담한 그날도 할머니는 화장기 하나 없는 부스스한 얼굴 그대로였고, 그런 모습으로 사진 찍기가 면구스럽다고 하면서 카메라 앞에 앉기를 한사코 사양했었다. 


할머니가 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70이 넘어서였다. 자식들을 키워서 결혼을 시키고 난 뒤에야 비로소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마침 양천노인종합복지관이 문을 열었고 할머니는 그 복지관에 나와 본격적으로 한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붓글씨도 써보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복지관에 나와 학생처럼 공부하고 있는 요즘 할머니는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평생 고생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야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한다.

 

    

 

“그저 흉내만 낼 뿐이지요. 내가 뭘 안다고 내 마음대로 쓰겠어요?”

붓글씨를 잘 쓴다고 칭찬하자 그저 흉내만 낼 뿐이라고 소녀처럼 수줍어한다. 그러면서도 글씨가 자기 마음에 들게 써질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그림과 글씨를 벗하며 살아서 그런지 할머니는 아직도 시골처녀처럼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서예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세요?” 하고 묻어보았다.

작품이 마음에 들거나 상을 받을 때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대답은 의외였다. 할머니는 글씨를 쓰고 있는 다른 노인들을 둘러보면서 이같이 대답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저런 할머니도 글씨를 쓰는데 - 하면서 용기를 가질 때, 그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


실버넷뉴스  신현근 기자  dshk4150@silver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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