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년 전 손녀에게 쓴 편지를 올려 본다. 편지는 썼지만 지금 까지 전하지 못하고 할머니는 가셨다. 이제는 그 손녀가 자라 그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되어 그 편지를 전했고 받지 못한 다른 손녀 손자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올려 보기로 했다.
할머니가 지민에게 쓴 첫 편지
1997.4.13.주일. 맑음. 저녁 8시30분
오늘은 네가 태어 난지 만 3일 되는 시간이다. 오늘은 주님의 날이다. 하나님 안에서 평안히 쉬는 날이다. 복을 받는 날이다.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아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는 퇴원을 했고 우리 아기는 아직 대구 카도릭 병원에 있고 아빠는 외할아버지 댁 (성주)에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진도에 있고 이 할머니는 진도에서 아기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마에 주사기를 꼽고 있고 척추에서 무엇을 빼서 시험하는지 건강진단을 하고 있는가 보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좋은 시설 속에 의사와 간호원들의 보살핌 속에 좋은 혜택을 받고 또 앞으로 병들지 않도록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겠지만 이 할머니는 왠지 마음이 아리구나. 그새 엄마 아빠 떨어져서 혼자 있는 훈련이 시작 되었으니 내가 네 아빠를 낳을 때는 깊은 산중 외딴 집에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 아래 네 아빠가 태어 낳았단다. 젖이 없어 설탕물을 마시며 서러운 목소리로 울었는데 그래도 예방주사 외엔 병원에도 아니 가고 잘 자라주었는데 항상 엄마 아빠 사랑 속에 살았는데, 아가야 오늘에야 엄마 젖이 돌아와 젖을 짜서 가져다 먹였는지 가서 먹였는지 오늘에야 엄마의 첫 젖을 먹었겠구나. 그 소중한 엄마의 첫 젖을.
엄마가 아기를 위해서 친정 대구 외할머니 댁으로 간지 꼭 두 달 만에 큰 고통을 뚫고 위대한 어머니가 되었다. 아기 너 또한 첫 문을 열고 세상에 오느라고 머리통이 뾰족하니 되도록 무한 고생 했으리라. 앞으로 행복한 날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가끔 어려운 날이 올 때에도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둥근 머리통이 길쭉한 머리통이 될 정도로 큰 힘을 다 했는데 그보다 더 큰 고통이 있겠느냐? 지금 쯤 얼마나 몸살을 했을까?
아가야 힘차게 살아라. 용기 있게 살아라. 네가 나오도록 아기집을 터트리신 분은 그 위대하신 하나님이시란다. 네가 세상에 나기 전부터 우리 집 안에 주신 것도 네가 장차 어떻게 살 것도 그 분께서 다 아시고 계신다.
아가야 어머니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 이었는지는 너도 아기를 낳아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야. 아가야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하여라. 이 할머니도 네 어머니를 사랑 한단다. 할머니는 아기를 생각하면서 우리 아기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하다가 좋은 시편의 말씀을 준다. 잘 받아먹어라.
야훼께 바라고 바랐더니 나를 굽어 보시고 내 부르짖는 소리 들어 주셨다. 죽음의 구렁에서 나를 건져 주시고 진흙 수렁에서 나를 떠내 주시어 바위 위에 내 발을 세워 주시고 내 걸음 힘차게 해 주셨다. 내 입에서 새 노래가 터져 나와 우리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옷깃을 여미며 야훼를 믿게 되리라(시편40:1-3).
나를 들어 두루마리에 적어 두신 것 당신 뜻을 따르라 시는 것 인줄 아옵니다. 나의 하나님 당신 법을 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기뻐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당신의 정의를 알렸사옵니다(시편40:7b-9a).
당신의 정의를 내 마음 속에 숨겨두지 않고 당신의 진실하심과 구원을 알렸사옵니다(시편40:10a).
머리카락보다도 많은 나의 죄에 덜미가 잡혀 낙심천만 눈앞이 캄캄합니다. 야훼여, 너그러이 보시어 건져 주소서(시편40:12b-13a).
그러나 당신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만으로 기뻐하며 즐거워 하리이다. 당신의 도우심을 바라던 사람들은 ‘야훼 높으셔라.“ 찬양하고 또 찬양할 것입니다(시편40:16).
복되어라 딱하고 가난한 사람 알아주는 이여, 불행한 날에 야훼께서 그를 구해 주시리라. 그를 지켜주시고 생명을 주시고 땅 위에서 복을 주시며 원수들에게 먹히지 않게 하시리라. 병상에서 그를 붙들어 주시리니 자리를 떨쳐 일어나게 되리라(시편41:1-3).
내가 드릴 말씀은 이 한마디, “‘야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를 고쳐 주소서.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시편41:4)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야훼여, 찬미 받으소서. 처음도 끝도 없이 영원히, 아멘. 아멘(시편41:13).
암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하나님 이 몸은 애타게 당신을 찾음입니다. 하느님, 생명을 주시는 나의 하느님, 당신이 그리워 목이 탑니다. 언제나 임계신데 이르러 당신의 얼굴을 뵈오리까? “네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 비웃는 소리를 날마다 들으며 밤낮으로 흘리는 눈물, 이것이 나의 양식입니다. 축제의 모임, 환희와 찬미 소리 드높던 그 행렬 무리를 앞장서서 성전으로 들어가던 일,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미어집니다(시편42:1-4).
어찌하여 내가 이토록 낙심하는가? 어찌하여 이토록 불안해하는가? 하느님을 기다리라. 나를 구해 주신 분, 나의 하느님, 나는 그를 찬양하리라 (시편 42;5).
야훼의 사랑이 낮에 내리시면 밤에는 이 입술로 찬양을 올리리이다 (시편42:8a).
그러므로 우리의 자랑은 언제나 하느님이었고 우리는 당신의 이름을 항상 찬송 하였습니다(시편44:8).
하느님은 우리의 힘, 우리의 피난처, 어려운 고비마다 항상 구해 주셨으니 땅이 흔들려도 산들이 깊은 바다로 빠져 들어도 우리는 무서워 아니하리라(시편46:1-2).
윗 사진 아기는 아빠다. 많이 닮았다.
윗 사진은 아빠가 태어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