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적
사람들은 말한다
지나고 난 후에야 돌이켜 보면
그 발자취가 보인다고
언제부턴가
걷다가 돌아보고 쉬고는 돌아 보고
걸어가다가 뒤돌아 보는 습성이 생겼다
뒤돌아 본 기억의 머나먼 길
그 위에 선명한 발자국들
내가 언제 저토록 무수한 흔적들을 남겨놓았던가
오늘도
어제에서 내일로 자신의 내면들이 고스란히 담긴
흔적들을 남기며 길을 걷는다
살아가면서 내가 남긴 무수한 발자국들이
질서없이 어수선하고 산만하지 않았으면
지천명의 끄트머리에서
내딛는 여인의 발걸음이 우아했으면
젊은 날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질서정연하기를
비록 우아한 자태는 아니더라도
가지런하고 무겁고 어둡지 않기를
걸러지지 않은 찌꺼기 마냥
눌어붙은 흔적들로 남지 않았으면 싶다
살다가 살다가 어느 햇살이 눈부신 날
기억은 저 멀리 흐리게 사라져가고
태양 마저 아슴아슴 멀어져 가는 해수면 위로
세월을 이기지 못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는 날
안개 처럼 흩날리는 水泡 되어
그 흔적 물방울 하나 남김 없이
초연히 흐트러질 날 있으리니
곱고 영롱한 물방울 한점으로
터벅터벅 바다 위를 걷다가
뜨거운 햇살을 받아
해무 처럼 가벼워지면
빛 처럼 바람 처럼
허공을 돌다
우주를 돌다
별과 별 사이에
나
저 별무리 속에 또하나의 별이 되려니
0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