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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다녀와서-정세현,문정인특별좌담

mamuli0 2007. 10. 12. 23:17
김정일 “김계관 부상 들어오라, 같이 보고 받자”
한겨레
[정세현-문정인 특별좌담]
정상회담을 다녀와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으로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봤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5일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주 앉았다. 국내 최고의 대북전문가들은 자리를 함께하자마자 2~4일 평양에서 벌어진 남북 정상회담의 막전막후를 털어놓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 연장 제안 등에 대한 이들의 설명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2007 남북 정상회담의 전모를 맞춰 주었다.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 2002년 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이자,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와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 수석대표를 맡은 바 있다. 1998년 통일부 차관 시절 금강산관광을 ‘햇볕정책의 옥동자’라 부르는 등 대북 화해교류 정책을 주도해 왔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국방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동정치에서 시작해, 국가정보·국방·한반도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국제정치학자다.




» 문정인 교수(왼쪽) · 정세현 상임의장 /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총평

사회=이번 정상회담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달라. 인상적인 대목과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보는가?

정세현(이하 정)?=공동선언에서 사실 제일 의미있는 대목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개발해 나가기로 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정상회담 뒤 심화 발전돼 온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구도라고 생각한다. 경협과 군사협력이 연계되는 정도가 아니라 융합해 진행될 수밖에 없도록 구도를 짰다. 이런 구도에 더해 이를 보장하는 회담으로 총리회담, 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국방장관 회담 등 세 가지를 배치했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만 나간다면 다음 정부 5년 동안 남북 관계가 확실히 건강하게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문정인(이하 문)=2000년 정상회담이 총론적이고 서설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회담은 구체적이고 본론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게 첫째 인상이다. 둘째 인상은 현정부가 말해 온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구조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에서 보이듯 번영을 위해서 평화지대를 만들고, 평화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사적 보장이 필요하니 군사적 보장을 위해 국방장관 회담을 하는 식으로 평화 번영의 선순환 구조가 명시됐다. 셋째 인상은 과거 어떤 때보다 신뢰에 대한 문제가 정상간에 밀도 있게 다뤄졌다는 점이다. 과거 회담에서는 서로 신뢰를 말하면서도 속으로 상호 체제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했다. 그것 때문에 불신이 많이 쌓였다. 반면 이번에는 정상들이 허심탄회하게 말하면서 신뢰 문제가 어디서 오는지, 결국은 상호 체제·이념·제도의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 것이 아닌지 두 정상이 절실히 느끼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상회담과 6자 회담의 상호 상생관계, 보완관계가 잘 드러난 점을 들고 싶다.

■ 북핵

김정일 “김계관 부상 들어오라, 나도 보고 못 받았는데 같이 받자”
오찬 주탁에 강석주·김계관 앉혀…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병행 의지

정=한마디 덧붙이면 공동선언 4항은 둘로 구성돼 있다. 하나가 정전체제 종식, 또 하나가 북핵문제, 즉 6자 회담 합의이행이다. 6자 회담과 관련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공동선언을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6자 회담 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정상회담 현장으로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강석주 제1부상이 왔다. 합의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김 부상은 “가능하면 (미국 불능화 실무팀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 쪽에서 ‘준비하는 데 시간 걸린다’고 말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6자 회담에서 이미 비핵화에 대한 구도가 짜여진 마당에 남북 정상회담이 거기다 대고 무슨 군말을 붙이겠는가.

일각에서는 평화체제와 관련해서 당사자가 3자냐 4자냐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없다. 3자는 작년 11월 하노이에서 부시 대통령이 말했던 남·북·미 구도다. 4자는 6자 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관련 당사국을 말한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정전선언을 한반도에서 한다는 것은 남북이 주축이 돼 평화체제를 끌어나간다는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에 오기 전에 ‘2+2’의 앞에 2가 남북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말했다.

문=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바로 “김계관 부상 들어오라, 나도 북경 갔다 와서 보고 못 받았는데 같이 받자”라고 지시하고, 노 대통령과 함께 보고받았다. 이 역시 대단한 일이다. 김 위원장이 핵문제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송별 오찬 때 주탁(헤드테이블)에 강석주 제1부상을 앉힌 것이다. 2000년에는 강석주 부상이 장성택 노동당 부부장과 3번 테이블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김계관 부상까지 포함해서 전부 주탁에 앉도록 했다. 그만큼 핵문제를 소홀히 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나도 송별 오찬에서 그런 자리 배치를 보고 ‘북한이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병행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알아서 할 테니 남쪽은 결과 지켜보며 남북관계나 잘하자’라고 말하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 병행 의지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 북한의 결단 배경

김정일 “개성공단 득본 것 하나도 없다…개방개혁 성공사례 우리는 수용 못해”
노대통령, ‘역지사지’ 언급 “개방개혁 조심해서 써야” 두 정상 신뢰 쌓으며 회담 술술

사회=이번 합의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나 평화체제 등 전체 그림에서 볼 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요구한 것을 거의 100%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은 뭐라고 보나?

정=북한은 부시 정권의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해 수교라는 카드까지 꺼내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문제를 해결하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북-미 관계에서 얻어내야 하는데, 거기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게 상당한 추동력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점을 인정하고 활용하려고 했기에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 있고 풍성한 회담이 될 수 있었다.

문=북한의 경제적 절박감 내지 피로감도 배경이 됐다. 노 대통령이 오전 1차 정상회담에서 남에서 가져간 모든 선물 꾸러미를 내보였다. 경제특구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이 대놓고 반박했다. “특구 해서 우리 득 본 것 하나도 없다. 개성공단 봐라. 4년 전에 삽 들고 시작했는데 지금 시범단계밖에 없다. 남에서는 마치 개성이 개방개혁의 성공 사례로 말하는데, 우리는 수용 못한다. 특구 하는데 개방개혁 정치선전 하려면 우리는 못한다”고 이렇게 말한 거다. 그래서 노 대통령도 개방개혁이라는 말을 조심해서 써야 하고, 우리가 말하는 것과 북의 이해가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역지사지 문제를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가 나머지 모든 현안 문제에서 김 위원장이 결단하도록 만든 기본 전제였다. 우리가 말하는 북한의 개방·개혁, 체제변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민감성이 바로 드러났고, 그에 대해서 우리 대통령이 역지사지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이 연금술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한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왼쪽)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협상과정

김영남 ‘민족공조’ 1시간 연설에 노대통령 참다가 “들은 걸로 합시다”
이튿날 김위원장 25분 일찍 나와 “자, 정치는 접어두고 실용적인 얘기”

사회=3일 오후 2차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하루 더 머물고 가라는 제의를 했는데, 우리가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후 두 정상의 표정 등으로 분위기가 나쁜 것으로 보였다. 심각한 이견이 있어 회담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정=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에서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다. 노 대통령이 10여분 말한 데 대해 북쪽이 장황하게 민족중심, 민족공조 등 1시간 동안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며 말을 이어갔다. 북쪽이 주장해 온 4대 근본 문제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노 대통령이 참다 “들은 걸로 합시다” 하고 말해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오전에 북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 대통령도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간도 없는데 원칙론으로 계속 그런 얘기를 했으니,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참 답답하고 벽을 느꼈을 만하다.

김정일 위원장 처지에서는 첫째는 미국 쪽의 6자 회담 공식 발표가 없는데 남북 관계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게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이번에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병행하며 살길을 찾아야 하니까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그래서 첫날 환영식장에서도 김정일 위원장 표정도 어두웠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해도 중요한 이유다. 북쪽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남쪽 정상이 왔다고 희희낙락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문=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도 잘 나타났다. 김영남 위원장이 민족 공조와 관련해 한 시간 동안 말하니 ‘들은 걸로 합시다’로 하고, 그 뒤 “내일 밥 먹고 내려갑시다”라는 생각까지 비쳤다. 그게 김정일 위원장한테 보고가 들어간 거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다음날 아침 회담 시간보다 35분 일찍 오게 된 거다. 김 위원장은 일찍 와서 “자, 노 대통령! 정치문제는 접어두고 실용적인 이야기를 합시다” 이렇게 들어간 거다. 그 다음에 ‘우리민족끼리’, ‘자주’ 얘기가 나왔고, 노 대통령이 토론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은 ‘세상에 어느 나라가 절대적 자주를 하나. 미국도 국제협력을 한다. 남북 관계도 우리 민족끼리 좋지만 미국과의 협력이 없으면 북한하고도 협력이 어렵다. 국제사회의 변화와 국제적 협력 내에서 자주의 방향을 잡아가며. 자주의 정의, 수준이 여러 형태로 나올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두 정상이 말이 통한 것으로 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그러면 오늘 제안한 내용 이거 논의하기 위해서 총리급 회담 하자’라는 제안을 했다. 오전 회담에서 북쪽이 총리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얘기를 듣고 회담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개혁·개방, 국제협력 특구문제 등에서 두 정상의 긴장된 토론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개혁개방의 성공적 사례란 정치선전을 하는데 그래가지고는 특구 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도 남쪽 일행과의 옥류관 오찬에서 ‘개혁개방이라는 말이 남쪽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북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보기에 그 말이 김 위원장에게 바로 보고됐다고 본다. 김정일 위원장이 보기엔 남쪽의 어젠다가 다 나왔고 서로에 대한 이해로 말문이 트였으니 논의하는 데 하루 더 필요한 것 같고. 또 하나 일정을 하루 더할 만한 이유는 날씨였다고 생각한다. 그날 저녁 아리랑 공연 봐야 하는데, 비가 억수같이 오는 거다. 비 오는데 어린애들 동원해 공연했다고 남쪽 언론이 비판하는 걸 의식했던 것 같다.

■ 성과와 과제

필요한 사람들 미리 상견례…북 강력한 실천의지 보여
2000년과 달리 대동강 다리 건너부터 환영인파 시작
악순환 구조 막기 위한 대책과 국민적 합의 구축해야

사회=그럼에도 남쪽에서는 이 정도의 합의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문=상대적으로 남북이 손쉽게 합의를 도출한 첫째 이유는 6자 회담의 진전이다. 남북 정상의 합의도 손쉽게 해줬다. 추론이지만 오후에 김계관 부상이 양 정상 앞에서 직접 한 6자 회담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둘째, 의전이 소홀했다고 하는데 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 주최 송별 오찬에 누가 왔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1차 정상회담 때는 관계 없는 사람이 많이 왔다. 최태복·조명록 등 관계 없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이번에는 누가 왔는지 보자. 총리 회담 하게끔 되어 있으니 김영일 총리와 노두철 부총리가 왔고. 그다음 당 중앙위원이자 민경련에서 경제 분야 담당하는 장성택과 당 계획재정부장 박남기 등 경제 일꾼 핵심이 다 왔다. 그 다음에 선언문 들어간 게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인 만큼 남쪽 김장수 국방장관 옆에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앉았다. 이도 쉽지 않지만 김일철 부장뿐만 아니라 박재경 대장과 리명수 대장 등 인민무력부 핵심이 다 왔다.

정=우리 테이블에는 남북 장성급 회담 북쪽 단장인 김영철 중장도 왔다. 군복을 벗으니 몰라볼 정도였다.

문=6자 회담에서 북핵 문제 보고한다고 강석주 제1부상·김계관 부상을 주탁에 앉혔다. 사회문화 교류협력에서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앉히고. 이런 배치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번 평화번영 선언문을 이행하기에 필요한 사람들을 미리 상견례시킨 거다. 그 정도로 김 위원장이 배려한 거다. 남쪽에서는 그것에서 북쪽의 의지를 읽었어야 한다. 송별 오찬은 북한의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남는 문제들

사회=애초 대통령은 방북 전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을 언급했는데, 그대로 됐다. 정상간 회담은 4시간에 못미치는데 10개 항이나 되는 공동선언에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사전에 조율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정=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둘쨋날 만찬에 참여하지 않으며 밤새 세부사항을 조정했다.

사회=정상회담에서 아쉬운 부분과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 예상되는 어려움은 뭔가?

문=현재 구축된 선순환 구조가 악순환 구조로 빠져 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선순환이 악재로 역풍을 맞아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과 국민적 합의를 구축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2단계 불능화 조치다. 성실 신고하고, 불능화시키고,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핵무기 신고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실히 밀고갈 필요가 있다.

사회/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정리/권혁철·서수민 기자 kankan1@hani.co.kr

영상으로 본 남북정상회담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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